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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 신기용 - 교보문고
활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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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휴머니스트로 살아가게 만드는 사람.
내가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사람.
그분이 바로 신기용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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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트라우마 씻어주는 소리와 음악의 힘 - 디트NEWS24
젬베, 기타, 피아노로 영혼을 위무하다필생과업 영화 ‘허억봉’ 시나리오 마쳐내달 캐논변주곡 10개 기타버전 선보여“활짝 / 꽃이 나에게 말했지 / 너도 나처럼 / 꽃이 되고 싶거든 / 크게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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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수업에서 다섯 번은 꼭 웃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사람.
영어 사전을 총 3권째나 밑줄치고, 동그라미 쳐가며 빈틈 없이 단어와 예문까지 외워 너덜너덜 해진 사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
음악 연주회를 위해 하나의 음악을 1,000번 10,000번 연습하는 사람.
클래식 피아노 연주를 독학하고, 대학교에서 강의까지 하는 사람.
작곡도 독학하고, 기타, 드럼, 등 각종 타악기를 독학으로 깨우친 사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기회가 생기면 합창단이든, 영어강사든 무료로 나가서 해주는 사람.
남들이 어렵다고 하면 자선 기부 공연으로 돈을 만들어드리고, 밥 한끼 얻어먹고 유유히 사라지는 사람.
열심히 학원에서 아이들 가르치면서도 학원비 없다고 하면, 학원비도 안 받고 학생만 받는 사람.
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K1 이나 무술대회 나갈 준비를 평생 하는 사람.
정말 모든 것이 기이한 선생님.
여전히 선생님의 삶은 사람이 아닌 도인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고,
평생을 그렇게 한결같이 새로운 일과 목표를 향해 성실하고 꾸준하게,
긍정적으로 매진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습니다.

2025년 2월
얼마전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전화가 와서 반가움 반, 놀라움 반이었어요.
"종환아,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
선생님 특유의 낮은 저음의 울림 가득하며 나긋나긋한 목소리 였어요.
"네 선생님,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
그런데, 뜻밖의 한 마디.
"얼마전에 파킨슨이 왔다. 네가 보고 싶구나."
그 한 마디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힘이 넘치고, 밝고 명랑한 아이같은 선생님에게 파킨슨이라니.
당장 달려가 만나서 인사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 한 달음에 대전에 내려갔어요. 10여년 만에 만났는데, 그 사이 너무나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식사를 하는 동안 손이 떨리고, 입술이 파르르 떨리며, 숫가락 젓가락질도 힘겨워 하시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도하고, 화도 났습니다. 우리 아버지 같기도 하고, 어떻게 갑자기 저렇게 건강을 잃고 사람이 약해보일 수 있는지.... 내가 존경하고 아끼는 강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화가 납니다. 결국 나도 저렇게 약해지겠구나 싶어서 두렵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 평소처럼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어요.
어렵게 식사를 마치고, 선생님 집으로 찾아갔어요. 원룸아파트라고 적힌 오피스텔 같은 곳인데, 너무나 작은 공간에 놀랐어요.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은 마치 내일이라도 곧 세상을 떠나도 아무 문제 없을 것처럼 잘 정돈되어 있어요.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청소도구 또한 단촐하게 차량용 미니 청소기 하나 정도. 냄비도 1개, 그릇도 1개, 접시도 1개. 수저도 1세트, 냉장고 속에는 식빵이랑 우유 몇 개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보니 검은 곰팡이가 마치 저승사자처럼 화장실 전체를 덮고 있고, 빈틈없이 꽉 채워져서 있어요. 보는 순간 병에 걸릴 것 같은 혐오감이 밀려왔어요. 검은 곰팡이가 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떠올랐어요. 당장 곰팡이 제거제와 수세미와 청소도구들을 사와서 화장실 청소를 시작합니다. 어찌나 빽빽하게 덮었는지 청소하는 내내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해요. 숨을 쉬면 콧구멍과 내 폐속에도 곰팡이가 자랄것 같아요. 청소를 하는 동안에도 포자들이 엄청나게 날릴 것 같아요. 창을 열어도 환기가 잘 안되는 구조라서 곰팡이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요.
'이놈들이 그랬구나!'
이런 환경에서 지내시면 건강이 안 좋아질 수 밖에 없어요. 너무 걱정이 되어 그냥 나올 수 없었어요. 한 나절을 곰팡이 청소에 매달려서 낮부터 저녁까지 청소를 합니다. 그나마 이젠 하얀 타일도 보이고, 매끈한 바닥도 드러나기 시작하네요. 그래도 여전히 저기 뒤에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검은 무늬들이 신경이 쓰입니다.
"선생님, 저 곰팡이가 문제예요. 내일 당장 요양보호사 신청하시고, 저것부터 해결하세요."
평소같지 않게 처음으로 선생님께 지시를 했나봐요.
"그래, 그럴게 고맙고 미안하다. 제자에게 이런걸 시켜서."
의외로 살짝 나에게 의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청소가 끝날 무렵
"종환아, 내가 얼마전까지 시집을 하나 내려고 준비하다가 못 내고 있었는데, 한 번 봐줄래?"
만날때 마다 하시던 그 이야기를 담은 시집 원고를 보여주십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30년전 영어학원에서 수업 받던 그 시절에도 여러번 들었던 그 싯구들이 눈에 띄었어요.
꽃이 나에게 말했지
너도 나처럼 꽃이 되고 싶거든
크게 웃어봐
활~짝!
'시 = 노래' 라고 칠판에 쓰고, 우리반 아이들과 수업하던 것이 떠오르네요.
그랬구나, 그때 선생님께 배웠던 것들이 나도 모르게 내 삶에서도, 그리고 나의 수업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수업은 즐거워야 한다. 배움은 행복해야 한다.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내가 교사가 된 이유는 바로 행복을 겪어봐야 행복을 알수 있고, 교사가 행복해야 행복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선생님께 배운 것이었어요. 제가 완벽하진 않지만, 휴머니스트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바로 선생님께 배운 것이었어요.
중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사춘기 청소년들의 반항심과 미친 듯한 감정의 널뛰기 속에서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재미나게 수업해주신 선생님. 게다가 부모님 직업 적는 란에 "지름장사" 라고 적어서 참기름, 들기름 뽑는 방앗간 하는 줄 알았는데. 주유소집 아들이라니. 너무 웃기는 녀석이라고 하시면서 나의 매력에 빠졌다고 여러번 말씀하신다. 집이 부유한줄 알지만,
'학원비 비싸요. 깎아주세요."
라고 다른 애들이랑 말 장난처럼 무리하게 던진 요구에
"그래, 거지(내 별명) 너는 앞으로 학원비 내지 말고 다녀!"
라고 흔쾌히 받아주셨던 선생님.
그런데 그게 나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2년 정도를 학원비도 내지 않고 공짜로 다녔었다. 학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나 즐거워서 일찍 가서 청소도 하고, 칠판 지우고, 수업이 끝나면 정리도 같이 하면서 초등 6학년 말부터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해수로 5년간 학원에서 받아주는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그리고 나는 신기용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겠다고 다짐했고, 그때부터는 삶의 목표가 뚜렷해졌다.
대학 ~ 20대
대학교 시절 교대에 들어가서 곧 선생님이 될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는데, 내 고향 광천에 가보니 선생님은 학원을 그만두시고, 어디에 계신지 찾을 수 없었다. 소식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고, 도를 닦는 것 같다고, 길에서 몇번 본 사람만 있을 뿐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아마 그때 몇년간 아프리카, 남미, 인도, 몽골을 여행 하셨다고 하셨는데, 그때가 아니었나싶다.
15년이 지나 다시 만남
군대를 다녀오고, 교사 생활을 하면서 우연히 선생님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타악기 연주가로 활동중이라고 하신다. 수업하는 매일 수업의 시작과 끝은 기타 연주를 해주셨던 선생님이시고, 칠판, 탁자 등등 두드리며 두구두구두구.... 탕! 하면서 마지막엔 빠른 손놀림으로 내 머리통을 치면서 마무리를 짓곤 했던 선생님. 가끔은 홍주문화회관에서 연주도 하셨던 분이셔서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었다.
아끼는 제자들을 데리고 선생님의 음악 강의를 들으러 일산 호수공원에 있는 작은 LP 음반 카페에 갔었다.
그곳에서 나의 자랑스러운 선생님을 제자들에게 보여준 것. 그리고, 선생님께 나의 자랑스러운 제자들을 보여드린 것이 무슨 효도라도 되는 것 마냥 즐거웠다.
'선생님, 저도 이제 선생님처럼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어요.'
행복에 겨워 지저귀는 우리 아이들을 보여드리는 것이 100번 말로 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았다.
얼마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대전에서 한 번 가족과 함께 만난 이후로, 오랜만에 걸려온 전화에
"종환아, 너를 가르치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라는 말로 시작한 인사말이 마음을 울렸다.
"저도요. 선생님께 배우는 동안 늘 행복했어요."
그런데, 파킨슨이라니.
누구나 삶의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갑작스러웠다. 그러나 선생님은 내가 생각한 '끝'이 끝이 아니었다. 여전히 농담도 하시고, 웃으시면서
"난 극복할거야."
라고 말씀하신다. 안타깝지만, 파킨슨은 그런 병이 아니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모르실리 없다. 그리고, 왠지 선생님을 믿어보고 싶다.
2주전
또, 얼마전 다시 전화가 왔다. 이제는 솔직히 선생님의 전화가 예전처럼 반갑기보다는 조금 부담스럽다.
"나 요양원에 왔어.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고, 하루가 지나서야 발견 되어서 치료중이야."
마음이 갑자기 다급해졌고, 미안함도 몰려왔다. 직장을 옮기고 적응하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하루라도 빨리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그 전화를 받고 2주정도 지난것 같다. 찾아뵙기 위해 연락을 드렸더니 호전되어 집으로 돌아오셨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남겨두었던 곰팡이들을 싹 제거하려고, 락스와 세제 그리고, 전동기기까지 동원해서 깔끔하게 제거했다.
바쁜 와중에 한 달음에 달려가고, 하루종일 곰팡이 제거 청소를 해드리고, 식사대접하고 그렇게 부모님께 하듯 하면서도 뿌듯한 나를 보며, 아내가 말한다.
'당신 참 좋은 사람이야. 나라면 그렇게 못해.'
그래, 그 말이 맞다. 나도 이렇게 하는 내가 살짝 버겁기도 하면서. 부끄럽기도 하고. 양가의 감정들이 오락가락 하는 것을 보면.....
돌아오면서
살다보면, 세상의 논리에 맞게 나의 이익을 취하고, 남을 위해 내어 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계속 더 많은 것을 내가 갖는 것에 대해 그것이 정당하다고 합리화 하면서 살아가지요. 남들도 그러니까. 그런데 그렇게 살다가도 선생님과 만나면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아니, 선생님은 다른 삶을 살고 계십니다. 아낌없이 주고, 나누고, 그것을 즐기는 삶을 사셨기에, 지금 이 어려움에 있는 순간에도 여전히 휴머니스트의 삶을 살고 계십니다.

그리고 선생님께 준비해주신 시집을 건네 주셨어요.
"얼마전 시집을 내고 싸인회를 했어. 30명 정도 올거라 생각했는데, 70명이나 왔더라. 커다란 극장에서 아주 멋지게 해냈지. 그 큰 극장을 공짜로 빌려줬어."
걷기도 힘들고, 오른손은 쉼 없이 흔들리며, 옷 가지 하나도 제대로 여미기 힘드신 분이 시집을 내고, 싸인회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만약 그쯤 되었더라면,
'이게 끝이겠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말았을 텐데.
"종환아, 너는 책을 사지 마라. 내가 줄테니까. 책을 내고 내가 책을 돈 받지 않고 준 사람은 2~3명 밖에 안돼."
하시며, 직접 싸인해 주신 책을 받아들고 감동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제가 책을 20권 더 살게요. "

한 사람의 삶이 담긴 시집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말 놀이 처럼 보이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채 내놓은 시 라고 폄하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다릅니다 .저 시집에 있는 모든 글들은 선생님이 입에 달고 다니던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들의 모음집 임을.... 저는 하나도 새롭지 않아요. 심지어 저는 선생님의 시집의 일부를 암기하고 읊어 낼 수 있습니다. 수년간, 그 숱한 만남동안 들어왔던 말들이기 때문에. 그저 웃음과 해학이 담긴 농담처럼 들릴수 있겠지만, 매번 들을때마다 저는 항상 멋지게 웃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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