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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서해초 영화 동아리 스토리 (선생님이 GPT로 작성 후 학생이 수정하는 과정 거치기)

by 참리더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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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싶은 마음 (소설 Ver.)

(발단)

2025년 봄, 시흥 서해초등학교.

미세먼지 앱 알림이 ‘보통’으로 뜬 이른 아침. 희뿌연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운동장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1, 2] 6학년 2반 김민지는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고요 속에서 습관처럼 최신형 스마트 워치의 스톱워치 기능을 켰다. 

‘삑-’ 하는 작은 신호음과 함께 민지의 발걸음이 트랙 위를 가볍게 박차 올랐다.  텅 빈 운동장을 온전히 제 것인 양 누비는 이 순간, 민지는 자유로웠다. 

귓가를 스치는 서늘한 봄바람 소리, 규칙적으로 땅을 구르는 제 발소리, 그리고 터질 듯 점점 가빠오는 숨소리.  그것이 민지가 느끼는 세상의 전부였다. 힘들지만 이상하게 기분 좋은 고통 끝에 찾아오는 기록 단축 알림의 짜릿함! 

하지만 민지는 이 비밀스러운 쾌감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교실 문을 여는 순간, 민지는 다시 그림자처럼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로 돌아갔다.  ‘달리기 덕후’라는 사실은 민지만의 것이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도배하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챌린지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그저 혼자 달리고, 혼자 만족할 뿐이었다. 


같은 시각, 교무실.

유난히 경쾌한 타자 소리가 교무실의 정적을 깼다.  올해 새로 부임한 열정 넘치는 이수연 선생님이었다. 그녀의 모니터에는 ‘시흥시 초·중학생 체육대회 - 이어달리기 부문 참가 신청’ 페이지가 띄워져 있었다.  화면 상단에 깜빡이는 ‘마감 임박!’ 알림은 애써 무시한 채, 그녀는 빈칸을 빠르게 채워나갔다. 

“이 선생님, 그거 오늘 점심시간까지예요! 그냥 포기하고 내년을 노리시죠?” 옆자리의 최 선생님이 모니터를 흘깃 보며 걱정스레 말했다. 

이수연 선생님은 눈썹을 찡긋하며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마치 게임의 마지막 보스를 클릭하듯 ‘신청’ 버튼을 광클했다. 

“에이, 최 샘! 라면 한 박스 걸면 애들 눈 돌아갈걸요? 일단 지르고 보는 거죠!” 

화면에 ‘정상 접수되었습니다’ 팝업창이 뜨자 이수연 선생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는 벌써 창밖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노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 눈을 반짝였다. 

최 선생님은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 애들이 라면 한 박스에 움직일까요?”  이수연 선생님은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렸다. “샘, 애들은 생각보다 단순해요!” 


점심시간, 6학년 복도 중앙 게시판 앞.

갑자기 6학년 복도가 벌집 쑤신 듯 소란스러워졌다.  방금 이수연 선생님이 벼락치기로 만들어 붙인 A4 용지 한 장 때문이었다. 

[긴급! 속보! 🚨 서해초 이어달리기 선수 ☆핵☆급☆구☆]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참가 신청만 해도 요즘 젤 잘나가는 ★핵인싸템★ 라면 1박스 쏜다! 🚀 (선착순 마감 임박! 🏃‍♀️🏃‍♂️💨) [20, 21]

누가 봐도 폰트 앱으로 급하게 편집한 티가 역력한 공지였지만, ‘라면 1박스’라는 문구는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저기서 흥분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헐, 대박! 라면 준대! 개이득 아님?”  “야, 이거 신청서만 내고 연습 째면 안 되냐? 라면만 받고 튀는 거지.”  “쌤한테 걸리면 죽음 아님? ㅋㅋ 근데 라면은 좀 땡긴다…” 

순식간에 게시판 앞은 신청서를 쓰려는 아이들, 친구에게 소식을 전하려 스마트폰을 꺼내 든 아이들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너도나도 “나도 할래!”, “같이 하자!” 외치며 순식간에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신청서를 작성했다. 

민지는 이 소란 속에서 애써 태연한 척 급식 줄에 섰다. 하지만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트랙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어달리기… 나도 잘 뛸 수 있는데…’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선뜻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혼자 달리는 건 자신 있었지만, 누군가와 함께, 그것도 팀으로 달린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자신처럼 조용한 아이가 주목받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같은 반 재민이도 게시판 앞에서 머뭇거렸다. 라면은 탐났지만, 달리기에 영 자신이 없었다. '내가 들어가면… 팀에 민폐만 끼칠 거야.' [29, 30]


방과 후, 첫 연습 시간.

이수연 선생님은 운동장에 모인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 내심 놀란 참이었다. 

“자자, 얘들아! 오늘 첫날이니까 가볍게 몸만 풀자! 운동장 세 바퀴! 준비됐지?” 

하지만 선생님의 기대와 달리, 아이들의 표정은 구름 낀 하늘처럼 어두웠다.  최신 유행하는 아이돌 댄스 커버 영상 찍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스트레칭부터 끙끙대던 아이들은 첫 바퀴를 채 돌기도 전에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여기저기서 불평이 터져 나왔다. 

그때, 화려한 핑크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소희가 팔짱을 끼며 노골적으로 투덜거렸다.  “아, 쌤! 세 바퀴는 너무 빡센데요? 저 오늘 수학 학원 레벨 테스트 있는 거 아시잖아요!” 

소희는 보란 듯이 운동장 한쪽에 쌓인 라면 박스 옆에서 셀카를 찍더니, 친구 몇 명을 향해 눈짓했다. “얘들아, 나 먼저 간다! 인증샷 찍었으니 됐지 뭐! 라면은 나중에 N빵 콜?” [38, 39]

그 모습에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이 술렁였다.  “어? 나도 오늘 영어 학원 보강인데!”, “나 피아노 레슨 늦었어!” 하며 아이들이 우르르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마치 썰물처럼 순식간에 스무 명 넘던 아이들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결국, 헉헉거리며 세 바퀴를 모두 완주하고 트랙 위에 남은 것은 고작 여섯 명이었다.  늘 그렇듯 혼자만의 페이스로 묵묵히 완주한 민지.  승부욕에 불타 스톱워치 기록만 뚫어져라 노려보는 전교 회장 혁찬.  단짝인 듯 경쟁자인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예진과 유진.  그리고 “쌤, 진짜 라면 주시는 거죠? 저희 집 라면 다 떨어졌는데!”라며 해맑게 합류한 재민.  마지막으로 통통한 체구 때문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끝까지 트랙을 벗어나지 않은 동규. 

텅 빈 운동장과 덩그러니 남은 라면 박스를 번갈아 보던 이수연 선생님은 헛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남은 여섯 명의 아이들을 둘러보며 외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비록 시작은 라면이었을지 몰라도, 이 아이들의 눈빛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좋아! 아주 딱 좋아! 정예 멤버 여섯 명이네! 네 명은 주전 선수, 한 명은 후보 선수, 그리고 남은 한 명은… 우리 팀의 소중한 매니저 겸 응원단장! 오늘부터 우리는… 서해초 어벤져스다!” (이어달리기 규칙에 맞게 인원 역할 수정) 

어딘가 살짝 촌스럽고 유치한 팀명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았다. 어쩌면 방금 전까지 함께 땀 흘리며 달렸다는 작은 유대감 때문이었을까.  라면 한 박스에서 시작된, 어딘가 불안하고 또 어딘가 설레는 서해초등학교 이어달리기 팀의 역사는 그렇게 첫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과연 이 오합지졸 ‘어벤져스’는 시흥시 체육대회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그들의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전개)

서해초 어벤져스, 시작부터 삐걱?

‘서해초 어벤져스’라는 거창한 팀명이 붙었지만, 연습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문제는 각자 너무 다른 개성과 달리기 스타일 때문이었다. 첫 번째 문제는 단연 기록에 집착하는 전교 회장 혁찬과 팀의 조화를 중시하는 민지의 충돌이었다. 

“야, 김민지! 너 지금 설렁설렁 뛰냐? 마지막 100미터는 전력 질주해야 기록이 단축된다고!”  혁찬은 연습 때마다 스마트 워치의 스톱워치를 확인하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매 순간 ‘몇 초 컷!’을 외치는 혁찬에게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다. 

“혁찬아, 기록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우리 네 명(주전 선수) 호흡부터 맞추는 게 먼저 아닐까? 이어달리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대사 수정: '여섯 명' -> '네 명' / 주전 선수 기준)  민지는 차분하게 반박했지만, 혁찬의 귀에는 변명처럼 들릴 뿐이었다. 

둘 사이에 흐르는 냉랭한 기류에 예진과 유진은 서로 눈치만 살폈고, 소심한 재민(후보 선수)은 혹시나 불똥이 튈까 싶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오직 동규(매니저/응원단장)만이 해맑게 웃으며 분위기를 환기하려 애썼다. “하하, 둘 다 맞는 말이지! 근데… 나만 좀 천천히 뛰면 안 될까? 숨차서 폐 터질 것 같아!” 


예상치 못한 위기, 민지의 독감

연습 3일 차,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혁찬은 여전히 기록 단축에 혈안이 되어 팀원들을 다그쳤고, 민지는 팀 전체의 속도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새 둘은 서로 말도 섞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아이들도 편이 갈려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바로 그때, 민지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흐릿해지는 시야와 함께 온몸에 오한이 느껴졌다. 비틀거리는 민지를 부축해 달려간 학교 보건실.  체온계는 3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휴, 민지 독감이네. 요즘 독감 엄청 유행이잖아. 며칠 푹 쉬어야 해. 당분간 운동은 절대 금물이야!”  양호 선생님의 단호한 목소리가 민지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날 저녁, 걱정이 된 이수연 선생님은 민지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민지 어머니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의사 선생님 말씀이… 지금 무리해서 뛰면 폐에 무리가 갈 수도 있대요. 열도 높고 기침도 심해서… 아무래도 이번 대회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연습도 제대로 못 했다면서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이수연 선생님은 한참 동안 책상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대회는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어달리기는 네 명이 한 팀. 한 명이라도 부족하면 실격이었다. (인원 수정: '다섯 명' -> '네 명') 

‘민지 대신 누구를…?’ 선생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은 단 하나, 후보 선수 재민이었다.  하지만 재민은 연습 내내 자신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흔들리는 팀, 그리고 재민의 부담감

독감 판정을 받은 다음 날부터 민지는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밤새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며 잠을 설쳤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운동장의 호루라기 소리는 민지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내가 없으면… 우리 팀은 어떡하지…?’ 텅 빈 침대에 누워 민지는 팀원들 생각에 잠 못 이루었다. 

운동장의 상황은 민지의 걱정보다 더 심각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에이스였던 민지가 빠지자 연습은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  폭발적인 스타트가 장점인 혁찬은 “김민지 없으면 기록은 완전 물 건너갔어! 괜히 연습했네!”라며 짜증을 냈고, 그동안 민지와 호흡을 맞춰왔던 예진과 유진마저 발이 꼬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민지의 빈자리를 후보 선수인 재민이 메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라면 때문에 얼떨결에 합류했지만, 재민은 스스로 달리기가 느리다고 생각했고, 팀에 피해를 줄까 봐 늘 전전긍긍했다.  그가 마지막 주자가 된다는 사실에 다른 팀원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역할 명확화: '스타팅 멤버' -> '마지막 주자' / 이야기 흐름상) 

그날 오후, 연습을 마친 뒤 이수연 선생님이 재민을 조용히 불렀다.  “재민아, 네가 민지 대신 뛰어줘야 우리 팀이 대회에 나갈 수 있어. 마지막 주자를 맡아줘야겠다.” (역할 부여 명확화) 

재민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신발 코만 바라보았다.  잔뜩 풀이 죽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생님… 저는… 저는 자신이 없어요. 제가 뛰면… 분명 팀에 민폐만 끼칠 거예요.” 

그 모습을 답답하게 지켜보던 동규가 불쑥 끼어들었다.  “야, 임재민! 지금 우리 팀 전체가 대회 못 나갈 판인데, 민폐가 문제냐? 일단 뛰고 보는 거지! 망치면 어때! 우리가 있잖아!” 

동규의 외침에도 재민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말없이 운동장 구석만 바라보는 재민에게 예진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팔을 잡았다. 

“재민아, 너 작년 체력장 때 50미터 달리기 기록 엄청 좋았잖아. 그때 우리 반 애들이 다 너보고 놀라서 박수쳤던 거 기억 안 나?” 

“아… 그날 점심 급식 메뉴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황금올리브 치킨이었거든! 그거 한 조각이라도 더 먹으려고 나도 모르게 발에 모터가 달렸나 봐. 하하…”  재민의 말에 동규가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그럼 이번 대회 날에도 급식 치킨 나온다고 생각하고 뛰면 되겠네!” 

아이들의 격려에도 재민이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자, 이수연 선생님은 팀원들을 한 줄로 세웠다. 

“얘들아, 이어달리기는 혼자 잘 달리는 경기가 아니야. 누구 하나 완벽할 필요 없어. 중요한 건, 옆 사람을 믿고 끝까지 배턴을 놓지 않는 마음이야. 기록 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경기라고.” 

선생님의 진심 어린 말에 혁찬의 날카롭던 눈빛도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재민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임재민. 네가 없으면 우리 출발선에도 못 서. 너무 부담 갖지 마. 뛰다가 힘들면… 아니, 그냥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뛰어. 우리가 앞에서 최대한 격차 벌려 놓을 테니까.” (대사 수정: 더 현실적인 격려로) 


마음을 잇는 메시지, 그리고 낡은 배턴

그날 밤, 민지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팀원들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수십 번 망설이다 결국 용기를 내어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민지: 얘들아… 연습은 잘 돼가? 🥺 

거의 실시간으로 답장이 왔다. 

예진: 우리야 뭐… 그럭저럭하고 있지. 근데 네 빈자리가 너무 크다 ㅠㅠ 몸은 좀 어때? 괜찮아? 😢  민지: 열은 조금 내렸는데… 의사 선생님이 아직은 절대 쉬라고 하셔서… 😭 미안해, 나 때문에…  유진: 미안하긴! 너 신경 쓰지 말고 푹 쉬어! 네 자리는 우리가 꼭 지키고 있을게! 💪  혁찬: ㅡㅡ 빨리 낫기나 해라.  동규: 민지야 아프지 마 ㅠㅠ 우리가 너 몫까지 열심히 뛸게! 라면은 우리가 꼭 타 올게! 🍜  재민: 민지야… 나… 네 대신 마지막 주자 뛰게 됐어. 열심히 해볼게…! (역할 인지 및 각오 표현) 

따뜻한 친구들의 메시지에 민지는 묘한 죄책감과 고마움이 뒤섞여 눈물을 훔쳤다.  ‘나 없어도… 잘할 수 있겠지?’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대회 전날, 마지막 연습을 마친 아이들은 땀에 젖은 체육복 차림으로 텅 빈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숨을 골랐다.  재민은 연신 물병을 들이켰다. 

“어? 임재민, 너 생각보다… 많이 빨라졌는데?” 혁찬이 놀란 눈으로 말했다.  재민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아냐… 너무 숨차서… 내일은 더 못 뛸지도 몰라…” 

그때 이수연 선생님이 낡고 색이 바랜 플라스틱 배턴 하나를 내밀었다.  하늘색 테이프가 군데군데 감겨 있었다. 

“이건… 선생님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우리 반이 시흥시 대회에서 3등 했을 때 쓰던 배턴이야. 그때도 우리 반에 너처럼 달리기를 무서워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결국 그 친구 덕분에 우리가 3등을 했지. 이 배턴, 내일 경기 끝나면 꼭 민지한테 가져다주자. 민지도 우리 팀의 소중한 멤버니까. 다 같이 뛴 거잖아.” 

아이들은 무심코 건네받은 낡은 배턴을 돌아가며 쥐어 보았다.  손때 묻은 배턴에는 단순한 플라스틱 이상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것은 과거 누군가의 땀과 눈물이었고, 현재 그들이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감이었다. 


민지의 결심, 달리고 싶은 마음

밤 11시, 민지의 방. 며칠간 괴롭히던 열이 드디어 37도 아래로 내려갔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선선한 밤바람에 민지는 자신도 모르게 이불을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는 작년 생일 선물로 받은, 아직 개시도 못한 새빨간 러닝화가 상자 안에 잠들어 있었다.  상자를 꺼내 드는 순간, 지난겨울 홀로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렸던 기억, 가로등 불빛 아래 그림자를 친구 삼아 뛰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뛰고 싶다… 정말… 달리고 싶다.’ 

민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어머니가 잠든 거실을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지나 현관문 앞에 섰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이수연 선생님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민지: 선생님… 혹시… 내일 경기장 주소랑 시간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 

메시지를 확인한 선생님은 깜짝 놀라 바로 민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지야! 너 정말 괜찮겠어? 아직 무리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민지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선생님, 저 뛰겠다는 거 아니에요. 그냥… 가서 친구들 응원하고 싶어요. 그리고… 혹시 모르잖아요. 정말 아주 만약에요…” (가능성을 열어두는 대사로 수정) 

작지만 흔들림 없는 민지의 목소리에는, 아픔을 이겨낸 단단한 의지와 친구들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었다.  달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마침내 민지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위기)

결전의 날, 시흥 종합운동장

대회 당일 아침, 시흥시 종합운동장은 이른 시간부터 참가 선수들과 응원단으로 북적였다.  트랙 주변으로는 각 학교의 형형색색 깃발들이 나부꼈고,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과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뒤섞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서해초등학교 이어달리기 팀 ‘어벤져스’는 구석진 대기석 맨 끝에 자리를 잡았다.  어젯밤 부랴부랴 파란색 조끼 위에 헝겊으로 덧대어 붙인 'TEAM SEA WIND'라는 팀명은 어딘가 어설펐지만, 아이들은 개의치 않았다.  문제는 어설픈 팀명이 아니라, 네 명의 주전 선수와 후보 선수 재민의 얼굴에 역력한 긴장감이었다. (인원 명확화) 

특히 민지 대신 **앵커(마지막 주자)**로 나서게 된 재민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손바닥엔 축축하게 땀이 배어 나왔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야, 임재민! 떨지 마! 시작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예진이 애써 밝게 웃으며 재민의 등을 두드려주었지만, 재민은 기계적으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혁찬은 초조한 듯 연신 손목의 스마트 워치를 확인했고, 동규(매니저)는 긴장을 풀려는 듯 혼자 심호흡을 반복했다.  유진은 그런 동규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수연 선생님은 애써 태연한 척 아이들의 어깨를 다독였지만, 그녀 역시 민지의 빈자리가 마음에 걸리는 듯 표정이 밝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등장, 그리고 모두의 심장이 멈춘 순간

여자 초등부 400미터 이어달리기 예선 시작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선수 소집까지 남은 시간은 단 5분. 아이들의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바로 그때였다. 

“헉… 헉… 얘들아!” 

갑자기 대기석 뒤쪽 통로에서 가쁜 숨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나타났다. 푹 눌러쓴 파란색 챙모자, 목까지 꽁꽁 감싼 목도리, 그리고 얼굴의 절반을 가린 마스크.  누가 봐도 ‘나 아파요’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 민지의 것이었다. 

“민… 민지야!”  가장 먼저 민지를 알아본 유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뒤이어 다른 아이들과 이수연 선생님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지를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민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한 손에는 어제 그 낡은 배턴을 굳게 쥐고 있었다. 

“민지야, 너 어떻게… 여길… 몸은 괜찮은 거야?”  이수연 선생님이 걱정스럽게 물으며 민지의 이마를 짚었다. 아직 미열이 남아 있는 듯 뜨끈했다. 

“선생님… 저 괜찮아요. 열… 많이 내렸어요.”  민지는 힘겹게 대답하며, 쥐고 있던 배턴을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그리고 모두의 심장을 멎게 할 한마디를 내뱉었다. 

“저… 마지막 주자… 재민이 대신… 제가 뛰면 안 될까요?” (변경 요청 명확화) 

순간, 대기석에는 정적이 흘렀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지의 당돌한 선언에 놀란 것도 잠시, 아이들의 시선은 걱정으로 물들었다. 저렇게 아픈 애가 어떻게 100미터를 전력 질주한단 말인가. 

모두의 시선이 마지막 주자로 내정되었던 재민에게 향했다. 재민은 놀란 표정으로 민지를 바라보다가, 이내 결심한 듯 민지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민지야… 네가 뛰어야지. 원래 네 자리잖아. 난… 난 괜찮아. 네가 우리 에이스니까.” (재민의 양보와 격려)

재민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민지야! 네가 없으면 우리 어벤져스가 아니지!” (동규)  “대신 절대 무리하면 안 돼! 힘들면 바로 멈춰!” (예진)  “우리가 앞에서 최대한 격차 벌려 놓을게!” (유진)  “야, 김민지. 잘 뛰어라. 알지?” (혁찬) 

이수연 선생님은 여전히 걱정이 앞섰지만, 민지의 눈빛에서 흔들림 없는 의지를 읽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달려온 제자의 간절함, 그리고 그 간절함을 온전히 받아주고 자신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준 재민의 마음, 또 그런 친구들을 응원하는 팀원들의 우정 앞에서 선생님은 더 이상 민지를 말릴 수 없었다. 

“좋아. 재민아, 정말 괜찮겠니?” 선생님이 재민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재민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민지가 뛰는 게 맞아요! 저는 응원할게요!”

“알겠다. 민지, 마지막 주자 너로 변경한다. 대신 약속해. 조금이라도 힘들면 절대 무리하지 않기. 알겠지?”  민지는 눈물이 그렁한 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뛰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어젯밤의 절망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달리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만이 민지의 온몸을 휘감았다.  폐 속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금 통증이 느껴지는 듯했지만, 자신을 믿어주는 친구들의 눈빛이 그 통증마저 이겨낼 용기를 주고 있었다. 


출발선 앞에서

이수연 선생님은 급히 대회 본부에 선수 변경(후보 재민 OUT, 주전 민지 IN)을 알렸다. 잠시 후, 마지막 주자 민지를 포함한 서해초 어벤져스 멤버들(혁찬, 예진, 유진, 민지)이 각자의 구간 출발선 앞에 섰다. 

민지는 4번 레인, 앵커 자리에 배정받았다. 스타팅 블록에 발을 올리고 몸을 낮추자,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버텨 줘, 내 몸아… 제발…’  민지는 속으로 되뇌며 숨을 깊게 골랐다. 

관중석의 함성 소리, 다른 선수들의 숨소리, 모든 것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오직 트랙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결승선만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친구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열정을 담아, 민지는 이제 달려야만 했다. 

모든 것을 건 마지막 질주를 앞두고, 민지는 출발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석에서는 재민과 동규가 손을 꼭 잡고 출발선을 응시하고 있었다.


(절정 - 수정본 / 4위)

심장이 터질 듯한 레이스

스타터의 권총이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지는 순간, 시흥 종합운동장의 모든 소음이 민지의 귓가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오직 제 심장이 북처럼 울리는 소리만 들렸다. 

탕! 

총성이 파문처럼 퍼져나가자, 1번 주자 혁찬이 용수철처럼 튀어 나갔다.  예선 기록만 보면 서해초는 중하위권. 하지만 혁찬의 스타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을 만큼 폭발적이었다.  첫 30미터를 단숨에 주파하며 순식간에 선두 그룹으로 치고 나갔다. 곡선 주로에 접어들며 스피드가 붙자,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 

‘민지가 돌아왔다! 우리가 해낸다!’ (생각 수정)  며칠 밤낮으로 되뇌었던 주문처럼, 혁찬은 마지막 힘까지 짜내 달렸다.  바람을 가르는 역주 끝에, 그는 다음 주자 예진에게 거의 완벽한 타이밍으로 배턴을 넘겼다. 

작은 체구의 2번 주자 예진은 혁찬이 벌려놓은 격차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긴장과 달리, 예진의 발걸음은 놀랍도록 경쾌하고 리듬감이 넘쳤다. 규칙적인 팔짓과 함께 그녀의 운동화 바닥이 트랙을 경쾌하게 두드렸다.  50미터 지점을 지날 무렵, 옆 레인 선수가 바짝 따라붙으며 어깨를 부딪쳐왔지만, 예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자극이 된 듯, 예진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조금씩 좁혀지던 간격이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동규와 재민의 외침이 들려왔다.

“예진아! 호흡대로! 잘하고 있어!” 

 

예진은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다음 주자 유진에게 부드럽게 배턴을 연결했다. 

 

세 번째 주자 유진의 장점은 강철 같은 지구력이었다.  하지만 연이은 연습으로 인한 피로 누적과 에이스 민지의 컨디션에 대한 걱정은 그녀의 발걸음을 평소보다 무겁게 만들었다.  60미터를 지날 무렵, 강력한 우승 후보인 신갈초의 선수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여기서 따라잡히면… 민지에게 부담을 줄 거야.’ 유진은 이를 악물었다.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배턴을 쥔 손에 바짝 힘을 주자, 심장이 다시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유진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신갈초 선수와의 격차를 간신히 유지하며, 결승선 직전 코너에서 마지막 주자, 민지에게 배턴을 넘겼다. (주자 수정: '재민' -> '민지') 


(삭제 구간: 부터 까지 재민의 레이스 묘사 삭제 - 민지가 마지막 주자이므로)


아픔을 이겨낸 마지막 투혼, 그리고 찰나의 아쉬움

유진이 건넨 배턴이 손에 닿는 순간, 민지는 숨을 짧게 들이켰다.  친구들의 땀과 열기, 그리고 간절함이 배턴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가슴께가 뜨겁게 타올랐다.  의사 선생님의 경고가 뇌리를 스쳤지만,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 

관중석의 소음은 멀어지고, 오직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심장 고동만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쿵, 쿵, 쿵.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통증이 폐부를 날카롭게 찔렀다.  다시 열기가 오르는 듯 시야가 흐릿해졌다. 하지만 민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앞서 달리는 선수들의 등을 보며 미친 듯이 팔을 저었다. 50미터… 30미터…! 앞서가던 팀들과의 간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민지의 투혼에 힘입어 서해초는 3위 자리를 넘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제발…!’ 민지의 눈앞이 캄캄해지려던 그때, 관중석에서 혁찬, 예진, 유진, 동규, 그리고 재민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김민지! 네가! 바로 우리 팀이야! 포기하지 마!” 

그 외침은 마치 강력한 강심제처럼 민지의 온몸에 퍼져나갔다.  민지는 몸속 어딘가에 숨어 있던 마지막 한 줌의 열기까지 남김없이 끌어모았다. 두 팔이 공기를 가르고, 다리는 부서져라 트랙을 밀어냈다. 

마지막 15미터… 10미터…!  결승선 바로 앞에서, 민지는 마침내 3위로 달리던 선수의 어깨를 따라잡았다.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정말 간발의 차이였을까. 결승선을 통과하며 고개를 숙인 민지의 눈에 들어온 전광판의 숫자는 **‘4’**였다. 0.05초 차이.  전국대회 진출이 가능한 3위와 불과 눈 깜빡할 사이에 갈린 결과였다.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민지는 상체를 깊게 숙였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며 그대로 트랙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들숨 날숨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했고, 하늘은 빙글빙글 돌았다.  눈앞이 까맣게 변하는 가운데, 민지의 귓가에는 믿을 수 없다는 친구들의 탄식과 정적만이 감돌았다.  마지막 전국대회행 티켓은, 그들의 손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날아가 버린 것이다. 


(결말 - 수정본)

결승선 너머, 찰나의 아쉬움과 뜨거운 눈물

트랙 위에 쓰러진 민지에게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은 재민이었다. (변경: 동규 -> 재민 / 양보하고 응원한 재민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으로 감동 강조)  대기석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응원하던 재민은 민지가 주저앉는 것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달려왔다.  곧이어 혁찬, 예진, 유진, 동규, 그리고 이수연 선생님이 민지를 에워쌌다. 

“민지야! 괜찮아? 정신 좀 차려봐!”  선생님이 황급히 민지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잠시 탈진했을 뿐, 의식은 또렷했다. 

친구들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본 민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눈앞의 전광판에 찍힌 숫자 '4'를 본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  “미안해… 얘들아… 나 때문에…” 

민지의 눈물은 신호탄과 같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4위.  전국대회 진출이라는 목표가 바로 눈앞에서 사라진 순간이었다.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1, 2, 3위 팀의 환호 소리는 서해초 아이들에게 더욱 쓰라리게 다가왔다.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서로의 거친 숨소리와 훌쩍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아쉬움과 실망감, 그리고 아픈 몸으로 마지막까지 달려준 민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결과보다 빛나는 과정, 서로를 다독이는 마음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혁찬이었다.  그는 울음을 참고 있는 민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야, 김민지. 울지 마. 네 잘못 아니야. 네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거야. 너 아니었으면 예선 통과도 못 했어.” 

혁찬의 진심 어린 위로에 예진과 유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민지야. 너 오늘 진짜 최고였어. 네가 우리 팀 에이스인 거 다시 한번 증명했잖아!”  “비록 4등이지만… 우리 진짜 열심히 했잖아. 그걸로 된 거야.” 

아이들의 따뜻한 말에 민지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그때, 줄곧 민지 곁을 지키고 있던 재민이 조용히 민지의 손을 잡았다. 

“민지야… 울지 마. 너 정말 잘했어. 네가 마지막에 그렇게 뛰어주지 않았으면… 우린 4등도 못 했을 거야. 정말 고마워.” (자책 대신 민지를 위로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대사로 수정) 

재민의 진심 어린 말에 동규가 재민의 등을 툭 치며 거들었다.  “그래! 그리고 재민이 너도! 민지 대신 마지막 주자 뛴다고 얼마나 마음고생 심했냐! 네가 끝까지 포기 안 하고 준비해 준 덕분에 민지가 힘내서 뛸 수 있었던 거야!” (재민의 노력을 인정하고 격려) 

동규의 외침에 예진과 유진도 재민의 팔을 잡으며 미소 지었다.  “맞아, 재민아! 너 오늘 응원하는 모습도 완전 멋있었어!”  “너도 우리 팀의 진짜 멤버야. 고마워, 재민아.” 

서로를 탓하기보다 다독이고 격려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이수연 선생님은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선생님은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한 명 한 명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얘들아, 선생님은 너희가 정말 자랑스러워.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너희는 오늘 결과보다 훨씬 더 값진 것을 얻었어. 서로를 믿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 달렸잖아. 그 과정에서 너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선생님은 똑똑히 봤어. 그거면 된 거야. 너희 모두가 오늘의 진정한 승리자야.”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조금씩 미소를 되찾기 시작했다.  시상대 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없었지만, 트랙 한쪽에 모여 서로의 어깨에 기댄 아이들의 모습은 그 어떤 메달보다 빛나고 있었다. 


다시, 함께 달리는 운동장

며칠 뒤, 시흥시 체육대회의 열기가 가라앉은 서해초등학교 운동장.  민지는 이제 완전히 건강을 되찾아 다시 친구들과 함께 아침 운동장에 섰다.  전국대회 진출 실패라는 아쉬움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지만, 그날의 경험은 아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자, 오늘은 워밍업으로 딱 세 바퀴만! 대신 오늘은 진짜 꼴찌가 매점 쏜다!”  혁찬의 외침에 아이들이 웃으며 출발선에 섰다.  여전히 승부욕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경쟁심보다 즐거움이 더 커 보였다. 

“야, 임재민! 오늘은 급식에 치킨 안 나와도 제대로 뛰어야 한다!”  동규의 농담에 재민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받아쳤다.  “흥! 두고 보라니까! 이제 너 정도는 눈 감고도 이긴다!” 

여섯 명의 아이들이 다시 운동장을 달리기 시작했다. (인원 명확화: 주전 4명 + 후보 1명 + 매니저 1명 = 6명)  예전처럼 기록에 얽매이거나 서로를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달리는 순간 자체를 즐겼다.  따스한 아침 햇살 아래, 운동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없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비록 시흥시 대표라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들은 함께 땀 흘리고 눈물 흘리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정을 쌓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달린다는 것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발맞춰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넘어져도 괜찮았다.  다시 일어나 옆에 있는 친구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면 되니까. 

결승선도, 시상대도 없는 그곳에서, 여섯 명의 아이들은 이미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의미를 선물하고 있었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용기, 서로를 향한 변함없는 믿음, 그리고 함께이기에 더욱 빛나는 희망. 

서해초 어벤져스의 진짜 달리기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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