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조종사 영화제작
처음 드론을 조종했을 때 느꼈던 흥분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세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느꼈던 희열은 나만의 특별한 비밀처럼 느껴졌다. 그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싶었다. 2024년 여름,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우연히 참여한 영화 촬영 현장은 그 열정을 더욱 불타오르게 했다.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영화 제작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감은 특별했고, 서로의 열정이 만들어낸 시너지는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그 순간을 통해 나는 결심했다. 나만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보자.
하지만 개학 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일상은 반복됐고, 처음의 열정은 점차 흐릿해졌다. 여전히 태블릿으로 온책 읽기를 하고, 책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는 수업이 이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발표 방식을 연극 형식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연기로 표현하게 한다면 어떨까? 이 아이디어는 기대 이상으로 큰 반응을 얻었다. 학생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연극은 교실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초기의 연극은 다소 산만하고 엉성했다. 소꿉놀이처럼 가벼운 장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연기도 미숙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https://youtu.be/W6eeDRt9GbI?si=BlPfhcgagbHXS3Ic
연극 수업의 체계화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수업을 체계화했다. 매일 1교시는 책 읽기, 2교시는 연극 준비, 3교시나 4교시 중 한 시간은 연극 발표로 구성했다. 발표 후 교사의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의 연기력, 발성, 동선은 점차 나아졌다. 발표 시간은 단순히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하는 경험의 장이 되었다. 발표가 끝난 뒤의 피드백 시간은 연기를 보완하고, 각자가 느낀 점을 공유하는 기회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즉흥성이 문제였다. 학생들은 대사를 즉석에서 만들어 내거나 큰 줄기만 짜고 세부적인 내용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리보드를 도입했다. 캔바를 활용해 스토리보드를 공동 작업으로 제작하자, 처음에는 혼란이 있었다. 학생들은 서로의 작업물을 지우거나 수정하며 충돌을 빚었고, 협업보다는 다툼이 잦았다. 협업의 기본 원칙을 정하고, 작업 구역을 명확히 구분한 후에야 교실은 차츰 질서를 찾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며 작업에 몰입했고, 점차 체계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완성된 스토리보드는 50장 이상으로 늘어났다. 각 스토리보드는 주제에 맞는 연출과 감정을 담아냈다. 특히 창의력이 돋보이는 장면은 발표 시간에 공유되며 모두의 호응을 얻었다. 발표 후에는 학생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칭찬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하려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연극 발표를 넘어 학생들에게 창작의 즐거움을 심어주었다.
창작 이야기로 확장하기
특히 친구들이 선택한 ‘방귀쟁이 며느리’ 장면은 큰 호응을 얻었다. 며느리가 방귀를 뀌자 가족들이 문짝을 잡고 날아가는 장면은 다섯 장 이상의 컷으로 표현되었다. 발표자는 각자 배우와 촬영감독, 조명감독 등 역할을 배정했다. 학생들은 역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촬영을 통해 하나씩 배워나갔다. 약 일주일 동안의 작업 끝에 학생들은 이야기 구성, 스토리보드 제작, 역할 수행에서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도 삼삼오오 모여 영화 제작에 몰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간단한 편집은 캡컷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가르쳤고, 학생들은 이를 능숙히 활용했다. “우리 반”만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열정이 점점 커졌다.
드론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
드론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구상하기 위해 캔바에 마인드맵을 작성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드론 추락, 드론 교실, 드론 체험 등 다양한 소재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승전결을 구상했다. 등장인물의 성격도 정해봤다. 그러나 초안은 평범했고, 임팩트가 부족했다. 이때 AI 도구를 활용해 더 나은 스토리를 도출했지만, 결과물은 학생들의 상황과 거리감이 있었다.
그래서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해 스토리를 함께 수정했다. 이야기에 학생들의 실제 상황을 반영하고, 대사를 일상적인 말투로 변경해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번호를 매긴 각 장면은 투닝으로 그려졌고, 이를 캔바에 모아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제작의 완성
스토리보드만으로는 스토리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아, 주요 장면을 간단히 촬영해 1차 편집본을 제작했다. 학생들은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을 보며 스토리의 흐름을 다시 검토하고, 필요한 장면을 캡처해 스토리보드를 보완했다. 이를 통해 스토리는 점점 더 구체적으로 다듬어졌고, 각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연기로 표현하며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일부 장면은 배우들의 즉흥적인 대사와 행동 덕분에 예상보다 훨씬 더 생동감 있게 구현되었다. 각 장면에 필요한 대사와 행동은 배우들이 재구성해 더욱 자연스럽고 흥미롭게 발전했다.
수차례의 촬영과 편집, 녹음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영화 제작에 점점 더 애정을 쏟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감독과 배우들 간의 협력과 조율이 이루어졌고, 편집 과정에서는 영상의 흐름과 감정을 살리는 방법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영화 제작이라는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학생들에게 협업과 창의성, 그리고 성취감과 자존감을 심어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특히, 편집 과정에서 배운 새로운 기술들은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간단한 효과 추가나 음향 삽입 같은 작업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하며 발전시킨 부분이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영화 제작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주제 통합 수업의 가능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배움의 기회로 자리 잡았다.
영화의 첫 공개와 반응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완성이 덜 된 상태로 옆반에 공개되었다. 옆반 선생님은 이를 매체 이용 수업의 소재로 활용했다. 학생들은 영화를 감상한 후 학습지를 작성했다. 학습지에는 내용 파악, 수정하고 싶은 부분, 적합한 영화 제목, 잘된 부분과 느낀 점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다음 촬영과 수정 방향에 대한 감이 잡혔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거나 감동을 표현했다. 복도에서 만난 다른 반 학생들은 우리 반 학생들을 “영화배우”라고 부르며, 연기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이러한 반응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크게 높였다.
학생들은 이 영화를 학교폭력 관련 영화로 인식하고, 불편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장면을 잘 지적해 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는 다시 수정에 들어갔고, 더욱 탄탄한 스토리로 발전 중이다. 아직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어 이야기를 더욱 완성도 높게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흥분과 기대를 느끼고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영화 제작을 넘어,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며,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소통의 장이 되었다. 그 결과물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모든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이 담긴 협업의 산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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